천용성 - 혼자서도 잘해요 (I Can Do It Alone)
기타, 목소리, 멀리서 간간이 들려오는 몇몇 악기들, 그리고 여백.
싱어송라이터 천용성의 프로젝트 ‘경험담’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거의 없다. 올해 2월 디지털로만 발매되었던 싱글 <하지만 언젠가>와 지금 여러분들이 귀에 꽂고 있는 짧은 EP [혼자서도 잘해요]가 공개된 작업의 전부이다. 오랫동안 클럽에서 라이브를 해왔던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이 EP는 말 그대로 ‘데뷔’를 알리는 음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음반의 스타일은 재지한 코드를 가미한 포크팝. 앞서 말했듯 이 음반에는 기타, 목소리, 그리고 그 외 몇몇 보조적인 악기의 소리들만이 담겨있다. 꽉 채워졌다기보다는 오히려 빈 공간이 많게 느껴지는 사운드인 것. 하지만 그것이 곧바로 음악의 얇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스타일의 음악에서는 여백을 통해 번져나가는 감정을 어떻게 잡아낼 것인지, 단촐한 편성에서 필요한 만큼의 긴장감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그래서 화자와 청자의 교감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가 중요하다 생각한다. 아주 완벽하다고 까지는 말할 수 없겠으나 그럼에도 이 음반에 담긴 음악들은 ‘그것들’을 꽤나 잘 해내고 있다. 괜찮은 송라이팅과 정갈한 클래식 기타의 연주, 그리고 좋은 목소리의 조화가 이루어낸 결과일 것이다.
특히 이 음반에는 몇몇 도드라지는 노랫말이 있다. 이를테면 <난 이해할 수 없었네> 같은 트랙에서, “가끔은 나를 사랑한다고 수 없이 말을 했었지만 / 가끔씩 가끔씩 사랑한단 걸 날 이해할 수 없었네” 같은 은근하게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대구(對句)들이 돋보인다. 이 음반의 가사가 가진 미덕 중 하나는, 어쨌건 대부분 이별에 관해 노래하고 있으나 과잉으로 치닫기보단 잘 정제되어있어 더욱 ‘애틋한’ 느낌을 준다는 점이다. (음악과 함께 노랫말을 읽어내려가며 나는─예전의 나도 꽤나 좋아했었던─좋은 시절의 루시드 폴을 떠올리기도 했다.)
별다른 느낌 없는 팝 스타일의 곡이 적잖이 양산되고 있는 요새 같은 시절에, 하나의 감정이라도 잘 전달해내는 것은 중요하다 생각한다. EP [혼자서도 잘해요]가 경험담의 가장 좋은 작업이 될 것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그보다는 프로토 타입에 가까웠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그가 더욱 훌륭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EP [혼자서도 잘해요]는 좋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시작하는 음악가로서 경험담, 그리고 천용성에겐 앞으로 여러 좋은 날, 그리고 나쁜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그가 괜찮은 선택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의 무운을 빈다.
단편선(음악가, 자유기고가)
発売日
収録曲
- 혼자서도 잘해요 (I Can Do It Alone)
- 난 이해할 수 없었네 (Sometimes)
- 담배 한 갑 (Do You Lov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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