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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 새벽이 빌려 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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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빌려 준 마음 금리
47.2%

대출 한도
Am 2:00~ Am 6:30

과도한 빚 불면의 시작입니다

-----아래는 존경하는 뮤지션 '클라우즈 블록'이 자진해서 써 주신 앨범 소개-----

이승윤은 본인을 ‘방구석 뮤지션’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실제 그의 작업을 몇 번 곁에서 지켜 본 적이 있다. 그의 작은 연습실 겸 작업실은 딱히 번지르르한 것은 없고 그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 빼곡하게 여기 저기 그 위치를 지키고 있는 작은 방구석 같았다. 놀랍게도 이번에 발매되는 그의 앨범은 준수한 스튜디오가 아닌 그의 작은 작업실에서 제작되었다. 첫 정규앨범 무얼 훔치지에서 EP앨범 달이 참 예쁘다고를 지나 본인이 속한 밴드 알라리깡숑의 음악들을 차례차례 들어보면 재치 있고 짜임새 있는 말재간과 깊이 있는 시선, 시원하고 풍부한 보이스에 금세 빠져들고 말 것이다. 그의 음악을 통해 발현되는 목소리는 가끔 시시콜콜하고 가벼울 때도 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의 음악을 듣게 하는 힘은 분명 존재한다. 어쩔 때는 거리감이 없거나 가볍다고 여긴 그의 음악에서 불현듯 선명한 무게감을 느끼기도 한다.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또렷하고 진솔하게 전하는 그의 음악적 태도에 기인한다고 본다. 가끔 노랫말이 잘 읽히지 않는 것은 우리의 잘못도 그의 잘못도 아니다. 서로 목소리가 조금 다른 것뿐이지 그는 분명하게 전하고 진실하게 접근하고 있다.

[뒤척이는 허울]은 밴드 사운드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사운드를 녹여내는 이승윤을 보여주는 곡이다. 감칠맛 나는 브라스 사운드와 문을 박차고 쏟아지는 신스 사운드를 따라가다 가다 가다 보면 그가 뱉어내고 있는 이야기를 곱씹고 있을 것이다.
오래 전에 쓰여서 이미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어준 진리와 좋은 말이라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완벽할 수 없는 우리는 매번 또 다른 허울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직면해야할 부족함을 뒤로하고 계속 허울을 쫓고 있는 우리는 그 간극에서 ‘조울’을 느낀다. 무심코 바라본 거울 속에는 본질이 흐려지는 나를 발견한다. 이런 나를 만드는 것은 사회일까 자신일까? 나 자신에게 걸맞은 것을 걸치기 보다는 지나친 욕심에 기준을 맞추며 나를 괴롭히는지 거울을 보며 물어본다.
[관광지 사람들]은 역사를 계속 되뇌어야만 살 수 있는 이들이 오래된 역사 뒤에 묻혀 죽지도 않고 살아있지도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수많은 주인공들이 가득한 그곳에서 우리는 왜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것일까? 왜 오늘을 기억하며 살고 있는 우리들을 기억해주지 못하는 것일까? 노래 속에서 그 누구도 묻지 않지만 노래를 들으며 끊임없이 질문들을 웅얼거리게 된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곳도 이와 같은 관광지가 되지 않았는가. 일렉기타의 사운드는 가까운 듯하지만 아닌 듯. 살짝 다른 공간에서 울리는 듯하다. 마치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처럼 같은 곳 같지만 분리되어 혼재되어있는 관광지가 보일 것 같다.
[구겨진 하루를]은 주인공이 되지 못한 채 기억되지 못하는 이들이든, 자신에게 맞지 않은 빛 좋은 허울을 벗을 용기가 없는 이든지, 이 노래를 듣는 누구든지 ‘구겨진 하루를 가지고’ 자신을 되돌아보자. [구겨진 하루를]에서 나는 매번 용기가 부족한 탓인지, 감추고 싶은 곳은 감추고 보이는 그 만큼만 진실해질 수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런 우리 또한 발견하게 해준다. 가끔 우리가 소셜미디어에 길게 쓰다가 지우고는 곤란하지 않을 만큼의 푸념을 가볍게 뱉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우리에게 [구겨진 하루를]은 고이 품고 있던 구겨진 하루를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꺼내놓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야위어 가는 마음을 어디에 묻는지 서로에게 질문하며 토닥여줄 수 있는 노래가 되길 바란다. 화창한 하늘 아래 이때까지 우리가 기른 것이 가치가 있는 무언가 이길 바란다.
[새벽에게 빌린 마음]은 한 편의 시를 읽는 듯 함축적이고 관념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그리고 차가운 새벽의 공기, 조금씩 밝아가는 새벽의 시각적 이미지를 마치 소리로 출력시킨 것 같은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감각들을 잃고 즐거움이 줄어들더니 꿈도 시들고 터져 나올 슬픔들은 어느새 메말라 버렸나보다. 그제야 내 것이 아닌 것을 계속 쥐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해줄 것만 같은 그의 노래에 더욱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정말 다행이군]은 작은 아코디언과 피아노 소리가 울리는 작은 펍에서 기분 좋게 취한 이들이 다함께 노래를 부르는 풍경이 그려진다. 이 펍은 분명 오래되고 별 볼일 없을 것 같지만 갈 때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정말 다행이군]에는 ‘좋은 아침이라는 말 대신’ 겪고 있는 현실을 가감 없이 그대로 ‘고된 하루’라고 얘기할 수 있는 ‘우리’가 있다. ‘눈이 팅팅’ 부어버릴 정도로 고된 현실을 이야기하는 우리는 그 사실을 좋게 포장하지도 꾸미려하지도 않기에 서로 웃을 수도, 가벼운 대화를 진지하게도 나눌 수도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 노래하는 너와 내가 우리라서 다행이라 말한다. 똑같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끼리 치고 박고 빼앗는 아이러닉한 이 사회에서 우리가 되어 다행일 수 있는 그 곳으로 눈을 감고 방문해보기를 바란다. 느꼈을지 모르지만 앞서 등장한 구겨지고 잊혀져가고 시선에 갇혀있던 그들이 이곳에서 당신을 기다리며 노래하고 있으니 누구든 무대에 올라 박자에 맞춰 발을 구른다면 당신도 우리가 될 것이다.
이번 앨범에 이승윤은 음악으로 기꺼이 “우리”가 되어주기도 하고 자신이 감춰놓은 것들을 기꺼이 표면 위로 올려 위로하기도 하고 질문하기도 한다. 우리는 각 각 그의 음악 속에서 어떤 모습을 마주할 수 있을까. 이승윤은 음악으로써 부족한 자신을 드러내더니 감춰왔던 고해를 이끌어 내었다. 처음에 필자는 이승윤의 이전 앨범들에서 우주를 바라보는 본인의 시선을 매력적인 목소리로 풀어내던 모습에 이끌려 줄곧 그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 그러던 중 완성되어가던 이번 앨범의 음악들을 듣고 이 지면으로 그의 질문에 화답과 고백을 하고자 했다. 누군가에게 이승윤의 이번 앨범을 소개하고 싶거든 당신도 많은 질문들에 고백하거나 우리가 되어 즐겁게 노래하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Credit]
작사 작곡 편곡 - 이승윤, 조희원(Track 1)
녹음 - 이승윤
Vox - 이승윤
Chorus - 이승윤
AG - 이승윤(1,2,3,4,5)
EG - 이승윤(1,2,4,5,) 조희원(1), 랑세(3)
Drum - 이승윤(1,2,3,4,5) 조희원(1) 랑세(3)
Bass - 이승윤(1,2,3,4,5) 랑세(3)
Piano - 이승윤(3,4) 복다진(2,5)
Brass - 클라우즈블록(2)
그 외의 수 많은 악기들 - 이승윤(1,2,3,4,5) 조희원(1)
믹싱 - 이승윤
마스터링 - 권남우 @ 821 Sound Mastering
커버 아트 - 이승주

[도움 주신 분들]

조희원 - Track 1 편곡 참여, 라인 짜 놓구서 칠 실력이 안 됐던 EG 쨉쨉이를 대신 쳐 줌
랑세 - Track 2 드럼 디테일 도움, 베이스 녹음, EG 배킹 기타 녹음
클라우즈블록 - Track 2 브라스, 계속해서 조언 구한다고 귀찮게 굴었는데 감사히 다 받아 줌, 마이크 빌려 줌, 부탁 할 생각도 못 했는데 자진해서 앨범 소개를 써 줌
복다진 - Track 2,5 피아노 연주, 일명 '복리 조엘', 흔쾌히 멋진 피아노 연주를 해 줌
이승주 - 커버 아트 그림, 일명 천재 아티스트. 사실 2곡 정도 내려다가 그림이 너무 좋아서 추가하다 보니 5곡이 됨
규민 - 보컬이 작다고 함
김재훈 - 보컬이 작다고 함
알라리깡숑 - 적당히 내겠다는데 더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며 채찍질
선풍기 - 목숨 연장
한 마디 - 많이 컸네(조희원), 사운드가 아쉬워(랑세)

Released Date

2019년 8월 27일 Tuesday

Songs

  1. 뒤척이는 허울
  2. 관광지 사람들
  3. 구겨진 하루를
  4. 새벽이 빌려 준 마음
  5. 정말 다행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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